最后的夜 : 포스타입 채널

크리에이터 소개

VAN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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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관린은 숨을 몰아쉬었다. 온몸이 축축했다. 관린은 뜬 눈을 다시 감으며 한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 힘이 들어서 죽을 것만 같았다. 손을 가져다댄 이마는 땀으로 흥건했다. 관린은 감았던 눈을 다시 뜨고 고개를 들었다. 너무 무리한 모양인지 눈앞이 흐렸다. 시계를 보기 위함이었지만 시야가 불분명해 팔을 뻗어 시계를 집어 들었다. 살짝 인상을 찌...

VANZA

327 20 2018.09.23

SHORT

내가 불행하든 말든 네가 무슨 상관인데

판섢, 노란장판 주의

집에 들어가기 전, 관린은 현관문의 녹슨 철제 손잡이를 꾹 붙잡고 멈춰섰다. 한숨이 새어나왔다. 관린은 미간 사이를 좁혔다. 한 맺힌 귀신이 들러붙는다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등 뒤에서 말 한마디 없이 조용히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그래도 지겹고 피곤한 제 인생을 하루아침에 나타나 더 지겹고 피곤하게 만드는 이였다. 관린은 고개를 돌렸다. 미간 ...

VANZA

647 26 2018.06.13

명왕성

명왕성 4

판섢

관린은 입고있던 유니폼을 벗어 던지고 급히 자리를 정리했다. 아직 해도 지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다. 다음 타임의 알바생과 자리를 바꾼 관린은 다급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가게를 벗어났다. 유리문을 밀고 나와 주머니 속에 넣어놨던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화면을 켜자 같은 과 동기 녀석과 나눈 메신저 대화가 보였다. 관린은 스크롤을 내려 가장 최근에 도착한...

VANZA

433 27 2018.05.27

명왕성

명왕성 3

판섢

정신이 멍했다. 꿈에서의 체력 소비는 늘 생각보다 타격이 켰다. 실제로 달리고 땀을 쏟은 것처럼 온몸에 기운이 없었다. 관린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힘 빠진 몸을 축 늘어뜨린 채 고개를 돌렸다.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가 향한 곳은 탁상 위에 올려져있는 작은 알람 시계였다. 대략 7시 30분이 지난 어디쯤의 시간을 가리키고 있는 작은 자명종. 관린은 양손을...

VANZA

490 32 2018.03.26

명왕성

명왕성 2

판섢

락커들 사이로 둘러싸여있는 평상 위에 앉은 관린은 바나나 우유를 쪽쪽 빨아마셨다. 눈 앞에 보이는 목욕탕 유리문이 열리고 닫히며 수십명의 사람들이 움직였다. 웬 목욕탕이람. 관린은 물기가 남은 머리를 툭툭 털며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오늘은 대체 누구의 꿈이길래 이런 곳에 떨어졌는지 모를 일이었다. 한국에 온 뒤 딱 한 번, 같은 과 선배인 성우의...

VANZA

581 35 2018.02.12

SHORT

Anything Else?

판섢

- 너 유선호 사랑하지? 나보다 훨씬 더. 헤어진 전 여자친구에게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었다. 머리가 울렸다. 내가 유선호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정말, 나는 여자친구보다 유선호에게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이고 있었다. 성격상 못 한다며 여자친구가 몇 번을 졸라도 단 한 번도 만들어주지 않았던 도시락도 유선호에겐 생각이 날 때면 싸주곤 했다....

VANZA

732 42 2018.01.16